철길에 앉아 / 정호승
철길에 앉아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철길에 앉아
그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 멀리 기차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기차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코스모스가 안타까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기차가 눈 안에 들어왔다.
지평선을 뚫고
성난 멧돼지처럼 씩씩거리며
기차는 곧 나를 덮칠 것 같았다.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낮 달이 놀란 얼굴을 하고
해바라기가 고개를 흔들며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이대로 죽어도 좋다 싶었다.
△시도기념물 제235호 화순야사리느티나무 (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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