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시인 백석

황일 / 백석

나무향(그린) 2011. 2. 15. 18:02

황일(黃日) / 백석

 

 

한 십리(十里) 더 가면 절간이 있을 듯한 마을이다.

낮 기울은 볕이 장글장글하니 따사하다.

흙은 젖이 커서 살같이 깨서 아지랑이 낀 속이 안타까운가 보다.

뒤울 안에 복사꽃 핀 집엔 아무도 없나 보다.

 

 뷔인 집에 꿩이 날어와 다니나 보다.

울밖 늙은 들매나무에 튀튀새 한불 앉었다.

흰구름 따러가며 딱장벌레 잡다가 연두빛 닢새가 좋아 올라왔나 보다.

밭머리에도 복사꽃 피였다. 새악시도 피였다.

 

새악시 복사꽃이다. 복사꽃 새악시다.

어데서 송아지 매―하고 운다. 골갯논드렁에서 미나리 밟고 서서운다.

복사나무 아래 가 흙장난하며 놀지 왜 우노. 자개밭둑에 엄지 어데 안 가고 누었다.

아릇동리선가 말 웃는 소리 무서운가, 아릇동리 망아지 네 소리 무서울라. 담모도리 바윗잔등에 다람쥐 해바라기하다 조은다.

토끼잠 한잠 자고 나서 세수한다. 흰구름 건넌 산으로 가는 길에 복사꽃 바라노라 섰다.

다람쥐 건넌산 보고 부르는 푸념이 간지럽다.

 

저기는 그늘 그늘 여기는 챙챙ㅡ

저기는 그늘 그늘 여기는 챙챙―

 

 

 

들매나무 : 산딸나무. 층층나무과에 속하며, 정원수로 심고 열매는 식용함.

튀튀새 : 티티새. 자빠귀. 개똥지빠귀. 10~11월에 데를 지어 도래하여 겨울에는 낮은 산, 평지, 밭, 풀밭 등에서 살며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흉내냄.

한불 : 상당히 많은 것들이 한 표면을 덮고 있는 상태.

아릇동리 : 아랫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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