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나는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돈나무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때죽나무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루브라참나무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미국산사나무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붓순나무
봄아 오면 나는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소사나무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송악
봄이 오면 나는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와 연못이
잘 보이게 하고
↑아광나무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 수녀 이해인 님 "고운 새는 어디에 숨었을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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