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던 당신에게 어느 소경이
“주님 보게 하소서”라고 외치던
그 간절한 기도를 자주 기억합니다
↑멀구슬나무
주님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문 닫은 밤이 되면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졌다”고 표현한
어느 시인의 말이 생각납니다
↑민청가시덩굴
문득 커다란 눈이 되어
나를 살피러 오는 이 밤의 고요 속에
나는 눈을 뜨고자 합니다
↑메타세콰이어 열매
당신은 나에게 두 눈을 선물로 주셨지만
눈을 받은 고마움을 잊고 살았습니다
눈이 없는 사람처럼
답답하게 행동할 때가 많았습니다
먼지 낀 창문처럼 흐려진 눈빛으로
세상과 인간을 바로 보지 못했습니다
↑모란 씨앗
영적인 것들과는 거리가 먼
헛된 욕심에 혈안이 되어
눈이 아파 올 땐 어찌해야 합니까
보기 싫은 것들이 많아
눈을 감고 싶을 땐 어찌해야 합니까
↑목화
웬만한 것쯤은 다 용서하고 다 받아들이는
사랑의 시력을 회복시켜 주소서
↑무궁화 씨앗
너무 가까이만 보고
멀리는 못 보는 근시안도 아닌
너무 멀리만 보고
가까이는 못 보는 원시안도 아닌
사물의 중심을 바로 못 보는
난시안도 아닌
밝고 맑은 시력을 주소서 주님
↑해바라기 씨앗
편견과 독선의 색안경을 끼기보다
기도의 투명한 안경을 끼고
살아 가는 기쁨을 알게 하소서
↑혹느릅나무 열매
남을 비난하고 불평하기 전에
나의 못남과 어리석음을
먼저 보게 하여 주소서
↑당느릅나무 열매
결점투성이의 나를 보고
절망하기 전에
다시 한번
당신의 사랑을 바라보게 하소서
다시 한번
당신께의 믿음으로 눈을 뜨게 하소서
↑배롱나무 열매
필요한 때에 필요한 것을 볼 수 있는
지혜의 눈과 분별력을 주소서
↑헛개나무 열매
살아서 눈을 뜨고 사는 고마움으로
언제나 당신 안에 보게 하소서
오늘도 샅샅이 나를 살피시는
눈이 크신 주님
- 수녀 이해인 님 "사계절의 기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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