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권무심재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28) 도마령刀馬嶺

나무향(그린) 2017. 12. 22. 07:48

 

도마령刀馬嶺 / 이형권

 

도마령*에 가리라 했다.

사랑했던 날들이

흐르는 물과 같이 가기 전에

도마령에 가리라 했다.

 

돌아보면

눈물 같은 것

눈부시게 반짝이는

늦가을의 짧은 햇살 같은 것

 

흐르고 흘러서

낯선 그림자 하나 머물지 않는

메마른 가지 끝에 홀로 타는

저 붉은 낙엽송의 길

가리라 했다.

 

애오라지

길의 정수리에 올라서면

낯선 얼굴처럼

사라져 가는 길의 적막

바람은 또 아무렇지도 않게

제 갈 길을 따라서 흐르리.

 

길이여

두고 온 날들이 많았으니

후회 또한 깊으리.

저무는 길섶에 앉아

풀꽃처럼 흔들리노니

그리웠던 날들이

산그늘처럼 흩어지기 전에

도마령에 가리라 했다.

 

스쳐 가는 바람결에도

그대의 숨결이

초야初夜의 기억처럼 생생할 때

도마령에 가리라 했다.

 

돌아오지 못할

꽃상여처럼 가리라 했다.

                                                                                                                            *도마령: 충북 영동면 상촌면에서 무주 쪽으로 넘어가는 옛 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