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령刀馬嶺 / 이형권
도마령*에 가리라 했다.
사랑했던 날들이
흐르는 물과 같이 가기 전에
도마령에 가리라 했다.
돌아보면
눈물 같은 것
눈부시게 반짝이는
늦가을의 짧은 햇살 같은 것
흐르고 흘러서
낯선 그림자 하나 머물지 않는
메마른 가지 끝에 홀로 타는
저 붉은 낙엽송의 길
가리라 했다.
애오라지
길의 정수리에 올라서면
낯선 얼굴처럼
사라져 가는 길의 적막
바람은 또 아무렇지도 않게
제 갈 길을 따라서 흐르리.
길이여
두고 온 날들이 많았으니
후회 또한 깊으리.
저무는 길섶에 앉아
풀꽃처럼 흔들리노니
그리웠던 날들이
산그늘처럼 흩어지기 전에
도마령에 가리라 했다.
스쳐 가는 바람결에도
그대의 숨결이
초야初夜의 기억처럼 생생할 때
도마령에 가리라 했다.
돌아오지 못할
꽃상여처럼 가리라 했다.
*도마령: 충북 영동면 상촌면에서 무주 쪽으로 넘어가는 옛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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