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권무심재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19) 꽃 무덤

나무향(그린) 2017. 12. 13. 06:49

 

꽃 무덤 / 이형권

 

 

산 위의 꽃밭에 홀로 누워 있네

사랑도 그만두고

그리움도 그만두고

바람 속에 홀로 누워 있네.

 

구름이 스쳐가고

천둥이 몰려가고

모두가 떠난 자리

꽃은 후회처럼 피어나

누우면 저 세상의 어디쯤

어둠이 내리고 별빛이 내리고

관棺을 내리는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뼈만 홀로 누워 있네

넋만 홀로 누워 있네

 

혼불처럼 날아간 날들이여

화관처럼 아름다운 날들이여

꽃 속에 누워

바람 속에 누워

하늘빛도 서러운 산 그림자 내리는

시간의 저편

 

사랑도 그만두고

그리움도 그만두고

산 위의 꽃밭에 홀로 누워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