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 이형권
꽃인 듯, 눈물인 듯, 이야기인 듯
황룡사 폐허의 들판에 제비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사랑인 듯, 이별인 듯, 그리움인 듯
모량리 왕릉의 숲길에 진달래 한 송이 피었습니다.
꿈인 듯, 노래인 듯, 지나간 추억인 듯
무너진 성터 돌틈 속에 산자고 한 송이 피었습니다.
하루, 하루가 낡아지는 소식처럼 쌓여가고 있지만
바람은 천 년 전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 듯 싱그럽습니다.
누군가 어깨를 툭 치고 다가올 것 같은 봄날
그대와 서라벌의 옛길을 걸어 세월 저편에 가 닿고 싶습니다.
'▒▒▒▒▒※※☆▒▒ > 이형권무심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굴업도 / 이형권 (0) | 2017.11.20 |
---|---|
혜호에서 / 이형권 (0) | 2017.11.19 |
잠두리에 가서 / 이형권 (0) | 2017.11.17 |
예던길에서 / 이형권 (0) | 2017.11.16 |
감천동 이야기 / 이형권 (0) | 2017.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