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간 꽃병
이 마편초 꽃이 시든 꽃병은
부채가 닿아 금이 간 것.
살짝 스쳤을 뿐이겠지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으니
하지만 가벼운 상처는 하루하루 수정을 좀먹어 들어
보이지는 않으나 어김없는 발걸음으로
차근차근 그 둘레를 들어갔다
맑은 물은 방울방울 새어 나오고
꽃들의 향기는 말라 들었다
손대지 말라, 금이 갔으니
곱다고 쓰다듬는 손도 때론 이런 것
남의 마음을 스쳐 상처를 준다
그러면 마음은 절로 금이 가
사랑의 꽃은 말라죽는다
사람들의 눈에는 여전히 온전하나
마음은 작고도 깊은 상처에 혼자 흐느껴 운다
금이 갔으니 손대지 말라. ㅡ쉴리 프뤼동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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