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권무심재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37) 아버지

나무향(그린) 2017. 12. 31. 17:51

 

아버지 / 이형권

 

보리밭에 일렁이는 바람이었다가

나락밭에 서걱이는 빗방울이었다가

 

만대산에 내려앉은 구름이었다가

무지랫봉에 떨어지는 노을이었다가

 

박둑거니 솔밭 길을 걸어오는 햇살이었다가

둔주포 장터에서 돌아오는 저녁 불빛이었다가

 

뒤란 대숲 속에 잦아드는 기침소리였다가

알 듯 모를 듯 이어지는 잠꼬대였다가

 

배나무골 산밭 흙 속에 앉아 계시네.

푸짐한 달빛 되어 앉아 계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