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권무심재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21) 시메나 지나는 길에

나무향(그린) 2017. 12. 15. 11:49

 

시메나 지나는 길에 / 이형권

 

언제나 그립습니다.

사랑하는 일도

그리워하는 일도

서럽고 남루할 뿐

다시 돌아가지 못할 길을

나는 이렇게 떠돌아 흐릅니다.

 

바다는 떠돌이처럼 말을 잃었고

물결 너머 닿을 수 없는 시간들은

터키석 푸른 빛깔로 펼쳐저 있습니다.

 

물속에 잠겨 버린 수중 도시 시메나*

사라져 버린 항구의 노래는

산기슭 석관 무덤 속에 갇혀 있고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 사랑은

바다 속에 묻혀서

파편처럼 출렁이고 있습니다.

 

바람은 동에서 서로 불고

붉은 깃발 홀로 성채 위에 나부끼지만

바다로 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고

보낼 수 없는 안부가

뱃전에 부딪혀 물보라를 일으킵니다.

 

항구는 온종일 뱃고동 소리를 울리지만

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날선 햇살이 쏟아져 내립니다.

 

상처는 진주처럼 아물지 않았고

시메나 바다에는

알 수 없는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시메나: 터키 남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해저 도시의 이름.

                                                                                                                                고대 상해무역의 중신지였으나 지진으로 파괴되어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