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권무심재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5) 거문도에서

나무향(그린) 2017. 11. 29. 07:16

 

거문도에서

 

겨우내 바다는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거친 파도가 밀려드는 수평선 너머

저 혼자 장판지 같은 하루를 접었다 펼쳤다

바다는 속절없는 날들이 얼마나 쓸쓸하였을까요.

 

바람 부는 모퉁이 벼랑길을 돌아서면

한겨울 매서운 해풍 속에서 앓던 열병을

동백꽃은 알고 있지요.

그래서 잎새마다 선연하게 피꽃을 피워 냉 것이지요.

 

거역할 수 없는 운명만이 오직 붉은 가슴으로 피어나

겨울 바다의 쓸쓸함을 연모했을 뿐

지난 세월을 말해 무엇하리.

남풍이 지나가는 길목에는

명주실 같은 봄빛이 반작이고'어느덧 사랑과 이별의 경계에 이르렀습니다.

 

세상의 길들이 저녁노을처럼 아득해지고

보이지 않던 추억들도 뚜렸해지는 시간

홀로 그대를 열망하며 사랑했던 날들이 남았습니다.

손 내밀어도 닿지 않을 변방의 극지에서

찬란한 애모 빛깔로 동백꽃이 피었습니다.

 

그리움으로 피어났다.

순결한 영혼처럼 지는 꽃

지금 우리의 몸속에서 피는 동백꽃은

개화의 시간인가요,

낙화의 시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