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권무심재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1) 묵계默溪에서
나무향(그린)
2017. 11. 25. 10:30
묵계默溪에서
지나간 세월은 다시 오지 않았네.
해마다 봄이 찾아와도
서원 마당에 낙루처럼 붉은 매화꽃이 질 뿐
읍청루에 올라 바라보면
천지갑산에 쓸쓸한 바람만 불었네.
세상을 버리고 돌아오던 날
흐르던 물을 묵계*라 부르며
귀를 닫고 헛된 소신에 마음 졸이지 않았으니
그대는 어느 하늘 아래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고 있는가.
마을에는 저녁 연기가 피어오르고
길안천을 휘감고 돌던 바람 한 줄기
후원의 솔숲에서 저물어 가니
세상사 경계가 말 없는 물과 같이
어느 구비를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었네.
입교당 툇마루에 늦도록 앉아
오직 눈을 감고 그대를 생각할 뿐
그대의 그림자 위에 묵계라고 쓸 뿐
모든 날들이 황무지처럼 남루해졌으니
저 홀로 피었다 지는 붉은 꽃처럼
무너지는 적멸의 시간을 바라볼 뿐이었네
*묵계: 경북 안동시 길안면 계명산 자락에 위치한 옛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