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알고서도 바로 고치지 않으면,
그것이 자신을 망치는 정도가
나무가 썩어서 못쓰게 되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知非而不遽改。則其敗己。不啻若木之朽腐不用。
- 이규보(李奎報)〈이옥설(理屋說)〉《동국이상국전집》
<해설>
저자가 세 칸짜리 집을 수리합니다. 두 칸은 비가 샌 지 오래되었으나 어물어물하다가 손을 대지 못하였고, 한 칸은 이번에 샜기 때문에 이제 한꺼번에 고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리하려고 집을 뜯어보니 샌 지 오래된 곳은 서까래ㆍ추녀ㆍ기둥ㆍ들보가 모두 썩어서 못쓰게 되어 새로 마련하느라 경비가 많이 들었고, 한 번 밖에 비를 맞지 않은 재목들은 그런대로 완전하여 다시 쓸 수 있었기 때문에 경비가 적게 들었습니다. 저자가 이를 보고 느낀 바를 적은 것이 위의 ‘집을 수리하면서 느낀 바를 적은 글’, 곧 이옥설(理屋說)입니다.
잘못을 알고서도 바로 고치지 않으면, 그것이 자신을 망치는 정도가 나무가 썩어서 못쓰게 되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며, 이와 반대로 잘못을 하고서도 곧 고칠 수만 있으면, 한 번 샌 재목을 다시 쓸 수 있는 것처럼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주제입니다. 글 뒷부분에는 당연히 ‘나라의 정치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말이 이어집니다. ‘백성에게 심한 해가 될 것을 머뭇거리고 개혁하지 않다가, 백성이 못살게 되고 나라가 위태로워진 뒤에 갑자기 변경하려면 잡아 일으키기 어렵지 않겠는가? 그러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세상에 잘못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잘못을 아는 순간 얼마나 빨리 이를 고치려고 노력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는 나라의 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장마철입니다.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폭우가 쏟아집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물난리를 겪고 나서 뒤늦게 고치려 들지 말고 나라와 국민 모두가 미리미리 살펴서 별 피해 없이 지나가게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옮긴이 / 조경구(한국고전번역원)
▲ 노각나무(차나무과) Stewartia pseudocamellia Maxim.
-낙엽 활엽 교목.
-높이는 10m 정도.
-수피는 검은빛이 도는 적갈색에서 껍질 떨어져 나가면 맨질맨질한 홍황색이 드러난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이고 잎 가장자리에는 작은 톱니가 있다.
-꽃은 흰색으로 꽃잎이 다섯 장이며, 수술이 많다.
-열매는 단단하고 부드러운 털로 겉이 덮여 있다.
-노각나무는 한국의 고유식물로 주로 남부지방에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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