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古寺) –함주시초3 / 백석
부뚜막이 두 길이다
이 부뚜막에 놓인 사닥다리로 자박수염난 공양주는 성궁미를 지고 오른다
한말 밥을 한다는 크나큰 솥이
외면하고 가부 틀고 앉어서 염주도 세일 만하다
화라지송침이 단채로 들어간다는 아궁지
이 험상궂은 아궁지도 조앙님은 무서운가 보다
농마루며 바람벽은 모두들 그느슥히
흰밥과 두부와 튀각과 자반을 생각나 하고
하폄도 남직하니 불기와 유종들이
묵묵히 팔장끼고 쭈구리고 앉었다
채 안 드는 밤은 불도 없이 캄캄한 까막나라에서
조앙님은 무서운 이야기나 하면
모두들 죽은 듯이 엎데였다 잠이 들 것이다
(귀주사歸州寺 - 함경도 함주군)
자박수염 : 다박나룻. 다보록하게 함부로 난 수염.
궁미 : 성미(誠米). 신불(神佛)에게 바치는 쌀.
화라지송침 : 소나무 옆가지를 쪄서 칡덩굴이나 새끼줄로 묶어 땔감으로 장만한 다발.
앙님 : 조왕님. 부엌을 맡은 신. 부엌에 있으며 모든 길흉을 판단함.
농마루 : 천장.
느슥하다 : 몸이 몹시 야위고 허약해 보이다.
폄 : 하품. 불기 : 부처의 공양미를 담는 그릇
유종 : 놋그릇으로 만든 종발.
'▒▒▒마음의산책 ▒ > 시인 백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주시초5 - 산곡 / 백석 (0) | 2011.02.09 |
---|---|
함주시초4 - 선우사 / 백석 (0) | 2011.02.07 |
박 각시 오는 저녁 / 백석 (0) | 2010.03.14 |
석양 / 백석 (0) | 2010.01.08 |
마을은 맨천 구신이 되어 / 백석 (0) | 2010.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