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신 / 백석
거리에서 모밀냄새가 났다
부처를 위하는 정갈한 노친네의 내음새 같은 모밀내가 낫다
어쩐지 향산 부처님이 가까웁다는 거린데 국수집에서는 농짝 가튼
도야지를 잡아걸고 국수에 치는 도야지고기는 돗바늘 가튼 털이 드문드문 백엿다
나는 이털도 안뽑은 도야지 고기를 물구럼이 바라보며
또 털도 안 뽑는 고기를 시껌언 맨모밀국수에 언저서 한입에 꿀꺽 삼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가슴에 뜨끈한 것을 느끼며
소수림왕을 생각하다 광개토대왕을 생각한다.
11월 9일 발표한 [북신]은 '서행시초]의 두번째 시이다.
묘향산 근처 북신을 걸어가며 들른 국숫집에서 접한 그 처참할 정도의 원시성에 놀란
가슴을 추스리며 감탄하는 백석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자신의
만주행을
은연중에 말해주느 ㄴ대목도 보인다.
모밀냄새를 부처를 위하는 정갈한 오친네의 내음으로 비유한 백석은 고향의 국숫집과
함께, 그보다도 더욱 야성적이며 원시적인 우리 고향의 내음, 민족의 내음을 맡으면서
말할수 없는 감동에 젖는다. 그는 조국을 그리고, 위대했던 역사와 왕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위대했던 조상들을 생각하며 현재의 식민지 속박을 단칼에 떨쳐버릴수 있을
조상들의 거칠고 굳건한 의지들을 다집하며 식민지 조국의 해방을 생각한다.
특히 시제목도 원래는 북신이지만 북신이라는 간단한 한자지명으로 멋있게 고쳤다.
소수림왕과 광개토대왕이라는 고구려의 기개를 드높인 걸출한 제왕들을 그리는
백석의 마음은 이미 만주로 향해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고향의 원초적인 모습을
기록하고 묘사하는 그의 심정은 어쩐지 더욱 착잡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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