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시인 백석

위기식물-바로가기

나무향(그린) 2007. 11. 5. 13:22

오리/ 백석

 

 

오리야 네가 좋은 청명및게 밤은

옆에서 누가 뺨을 쳐도 모르게 어둡다누나

오리야 이때는 따디기가 되여 어둡단다

 

아무리 밤이 좋은들 오리야

해변 벌에선 얼마나 너이들이 욱자짓걸하며 멕이기에

해변땅에 나들이 갔든 할머니는

오리새끼들은 장뫃이나 하듯이 시끄럽기도 하드란 숭인가

 

그래도 오리야 호젓한 밤길을 가다

가까운 논배미들에서

까알까알 하는 너이들의 즐거운 말소리가 나면

나는 내마을 그 아는 사람들의 짓걸짓걸 하는 말소리 같이 반가웁고나

오리야 너이들의 이야기판에 나도 들어

밤을 같이 밝히고 싶고나

 

오리야 나는 네가 좋구나 네가 좋아서

벌 논의 눞 옆에 쭈구렁 벼알 달린 짚검불을 널어놓고

달이짗 올코에 새끼달은치를 묻어놓고

동둑 넘에 숨어서

하로진일 너를 기달인다

 

오리야 곻은 오리야 가만히 안겼거라

너를 팔어 술을 먹는 노장에 령감은

홀아비 소의연 침을 놓는 령감인데

나는 너를 백통전 하나 주고 사오누나

 

나를 생각하든 그 무당의 딸은 내 어린 누이에게

오리야 너를 한쌍 주두니

어린 누이는 없고 저는 시집을 갔다것만

오리야 너는 한쌍이 날어가누나

 

 

멕이기에: 쏘다니다기에.

장뫃이: 장날이 되어 장터에 사람들이 와글와글 모여 붐비는 것.

눞: 진흙탕. 늪.

닭이짗 올고: 닭의 깃털을 붙여서 만든 올가미.

새끼달은치: 새끼다랑치.

동둑: 못에 쌓은 큰 둑. 방죽.

하로진일: 하루종일.

곻은: 고운.

소의연: 소의 병을 침술로 낫게 해주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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